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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레스큐의 봄이 막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시즌에 말씀드린 것과 같이 더레스큐는

시즌 프로젝트를 통해 “역사와 시대 속에서 남성다웠던 순간들”을 저희만의 큰 틀을 통해 기억해내어 현대적 삶과 접목시키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크고 또 작게 다루었던 다섯 명의 역사 속 인물들을 거치고, 벌써 여섯번째 인물을 만나게 되었네요.

바로 “앤디 워홀” 인데요, 이름 한번 들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만큼 유명하다 못해 전설적인 인물로 알려져있습니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많은 것들의 독보적인 아이콘이 된 사람에게 어떤 식으로 접근하면 좋을지,

그리고 어떠한 모양으로 재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하여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이번 더레스큐의 봄은 “Art Workers”라고 이름을 정했는데, 그가 썼던 단어에서 가지고 왔습니다.

정치적, 사회적, 인간적, 그리고 예술적 ‘관계’에 큰 통찰력을 보였던 앤디 워홀은

일상과 예술, 그리고 상업예술의 경계를 허물기 위해 무언가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찍어냈습니다.

그의 작품들은 거대한 공장같았던 본인의 스튜디오 FACTORY 에서 일명 ‘예술노동자(Art Worker)’들과 함께 만들어낸 작업물들이었는데,

그의 FACTORY 는 예술가가 혼자만의 고뇌를 통해 창작되어지는 것들만이 진정한 예술로 평가되었던 시대의 통념을 비틀며,

지극히 평범한 것들로 이루어진 우리의 일상이 예술이 되고, 어렵고 고귀한 예술도 곧 우리의 일상으로 스며들 수 있도록 만든 혁명적인 공간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것이든 몇번이고 만들어낼 수 있었던 곳에서 앤디 워홀은 단독이 아닌, 예술노동자(Art worker)들과 함께 공장생산품마냥 예술을 쏟아내었는데,

이러한 방식이 어쩌면 더레스큐의 일과 닮아 있다고 느꼈던 것 같습니다.

예술을 생산하는 노동자라니, 우아할 것도 없고 매우 적나라하면서도 꽤 정확한 표현이지 않을까요.

“Art Workers”라는 큰 제목 뒤에는

“예술은 당신이 일상을 벗어날 수 있는 모든 것이다(Art is anything you can get away with).” 라는 부제를 붙였는데,

우리의 삶은 무엇이든지 예술이 될 수 있다고 늘 얘기했던 그의 철학이 더레스큐의 자세와 꽤 닮아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라는 본질적 질문을 계속 던졌던 앤디 워홀은 언제나 대중적인 화제를 작품의 모티브로 삼고 특별하게 그려내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더레스큐에서도 과장된 창작물만을 보여주려 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더 쉽게, 누구나 접근 가능한 것들을 더욱 재미있고, 가능하다면, 더욱 멋지게 구현하려 애쓰고 있다는 편이 맞겠지요.

그러한 발상들이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심화되어 이번 계절을 통해 더레스큐가 함께 가지고 가려는 고민이자 가치입니다.

이제는 너무나 당연시 되어버린 공장형 물질문화 가운데에서 무엇보다 본질에 집중하는 것,

그리하여 정신적으로 minimize 할 수 있는 삶을 지향하는 마음에서부터 출발하려 합니다.

반드시 물질적인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겠지만, 끊임없는 과정 속에서, 옷이라는 것이 가질 수 있는 본질에 대해 반복적으로 고심하였습니다.

다만, 본질이라는 것이 어떠한 옷의 Originality 혹 기원에 가까운 형태이다 아니다로 단정짓고 있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옷 자체가 입는 사람에게 주는 힘과 의미, 그리고 하나의 역할로서 기능하는 부분에 더욱 초점을 맞추려 했습니다.

단면적으로 예를 들어, 앤디 워홀의 본명 “워홀라”를 붙인 ‘워홀라 바이커 자켓’은 그런 관점에서 뜻 깊습니다.

워홀라 바이커 자켓을 디자인하며 참고했던 60년대의 SCHOTT사 퍼펙토 자켓은

그 시절부터 워낙 반항적인 이미지가 강해서 아직까지도 누구나 쉽게 입을 수 없는 종류의 옷인데도,

앤디 워홀은 그러한 자켓을 매우 편하고 쉽게 입었고, 더블 브레스티드 자켓 등과 함께 레이어드한 모습만으로 하나의 옷을 이전과 다른 무드로 보여주었습니다.

오히려 그런 반항적 이미지를 예술가라는 카테고리에 매우 자연스럽게 녹여내어 이전과 비슷하지만 또 다른 뉘앙스를 만들어내지요.

시즌을 준비하며, 대학교 신입생 때 처음 구입했던 바이커 자켓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낭만적인 마음에 무리해서 구했던 그 자켓은 갑옷처럼 무겁고 뻣뻣하여 저의 상체를 어색하게 만들었고,

반짝 반짝 빛나던 은빛 지퍼들과 허리선에 한참 못 미치는 기장, 그리고 무겁게 무게추마냥 달려있던 허리벨트까지, 몇번이나 아차 싶었는지 모릅니다.

꽤 호기롭게 집밖을 나와서는 금세 어딘가로 숨고 싶은 마음 밖에 들지 않았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워홀라 바이커 자켓’은 누군가는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옷의 본질적 “이미지”에 충실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부분들이 정확하게 재현되어 완성된 옷만으로 그림같이 증명하는 것이 아닌,

변화를 주고 불필요한 것들을 제거하여 실제로 입었을 때에 우리가 머리속으로 상상하던 바이커 자켓의 이미지를 더 정확하고 선명하게 실현 해줄 수 있도록 말이지요.

유연한 실루엣과 군더더기 없는 디테일은 어느 옷들과 입어도 잘 어울리지만, 바이커 자켓만이 연출할 수 있는 특유의 애티튜드 역시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더욱 쉽게 이야기하자면, 누구나 입기 어려운 바이커 자켓을 누구든지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 ‘워홀라 바이커 자켓’입니다.

그것이 더레스큐가 생각하는 옷의 본질에 가깝다고 믿고 있습니다.

더레스큐의 옷은 우리가 정한 인물의 특정 아이템을 가지고 만들어지기도 하고,

그 인물이 가지고 있던 철학과 신념, 혹은 분위기 같은 것으로 채워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재현시킨다기보단 실현시킨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일 수도 있겠습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다뤘던 더레스큐 첫 시즌에서의 파파셔츠는 실제 헤밍웨이가 즐겨입던 쿠바의 전통복식 중 하나였지만,

파파팬츠는 헤밍웨이가 입은 적 없는, 하지만 더레스큐가 원단과 디자인을 통해 현대사회에서의 접합부를 보여주고 싶었던 작업물이었습니다.

또 같은 맥락의 대표적인 예로 고고학자 하이럼 빙엄을 다루었던 시즌의 “아키올로지스트 숏츠”가 있구요.

이번 시즌 역시, 앤디 워홀의 스튜디오 이름을 딴 FACTORY COVERALL JACKET 과 FACTORY CARGO PANTS 의 디자인적 요소를 통해

사파리 가먼츠와 커버올 또한 즐겨입던 그의 이미지와 무드를 한껏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더불어 앤디 워홀의 또다른 트레이드마크 ‘스트라이프 티셔츠’ 역시 마찬가지로 유기적인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지난번 John F. Kennedy 를 다룬 더레스큐 “Be Stronger Men” 시즌을 이야기하며 옷을 만들고 디자인할 때에

옷 자체가 가질 수 있는 많은 ‘역할적 부분’을 상상해보며, 입는 사람에게 부여될 수 있는 많은 의미들을 가늠해본다고 했습니다.

그러한 이유들로 우리의 옷들이 소비자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할 수 있는 것 만큼 즐거운 일이 없을테니까요.

시즌 인물의 모든 영역들에 대해 풀어낼 수는 없겠지만,

더레스큐만의 앤디워홀 이야기를 통해 더레스큐 옷 자체가 단순한 의복으로부터 시작하여,

나아가 사용자에게 특별하고 특정한 역할, 또는 가치로 기능하고 작용할 수 있게 되는 감사한 상상을 해봅니다.

어쩌면, 영화 “MEN IN BLACK 3”에서 앤디 워홀이 스스로 외계인 MIB 요원임을 숨기기 위해

괴상한 작품들과 말투, 그리고 무엇보다 아웃핏을 장치로 사용했던 것처럼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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